체험 거센 파도마저 즐거운 SUP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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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공휴일인 월요일 아침(9시)에 광안리 바다에는 파도가 제법 일렁인다.
내일(10월12일) 새벽, 부산 앞바다는 '풍랑예비특보'라고 한다. 19호 태풍 '남테운'이 온단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매력적으로 그을린 젊은 강사들이 간결 명료하고도 재미있게 리드하는데 푹 빠져서
파도 따윈 걱정되지 않는다.
사실 나는 소심하게도,
'50대 중반을 지난 아저씨가 SUP요가라니... 다른 후기보니까 젊은 여성들만 하는 건데...'
낄끼빠빠해야지 분위기 망칠까 걱정되었다.
그래도 Wish List에 '새로운 것 해보기'가 있으니까, 어색하고 민망함은 잠시 묻어 두자, 하루만 견디자라는 심정으로 해변에 갔다.
결국 잘 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불 안에서는 위험하게 생각하던 것도 일단 집밖에 나오면 반은 이룬 것과 같다'('시작이 반이다'인가??)는 것이 증명된 오늘의 SUP요가다.
바다 위에서 요가라니, 평생 경험해보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요가동작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일렁이는 물 위에서 중심잡기도 힘든데.... 그런데 이게 SUP요가의 묘미 중 하나다. 자꾸만 훼방놓는 파도를 이겨내고 요가 동작을 해낼 때의 그 짜릿함! 직접 느껴보지 않고는 알기 어렵다. 때론 파도에 흔들려 물에 빠지고 또 빠지고(나만 그랬던 것 같은데...), 이겨내기도 하고.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움의 포인트이고 힐링이 되는 원동력이다. 저절로 내지르게 되는 비명과 웃음이 그만큼 스릴 있음을 나타낸다.
바닷물 위에서
멀리 광안대교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아침바다를 바라보는 것, 장산 봉우리에 흰 구름이 걸려있는 것, 광안리 해안의 빌딩들이 장엄하다고 느끼는 것 그리고 남천동에 줄지어 선 아파트에서는 휴일 늦잠을 즐기는 사람들의 여유. 이런 것을 보고 생각하면서 내 마음은 평온해진다. 파도마저 내 친구인 것처럼 느껴지고, 내가 그들을 모두 포용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보드 위에 누워서, 눈을 닫고, 바다 위를 자유로이 지나는 바람과 파도를 몸으로 느낀다. 영혼을 고귀하게 여기도록 해주는 음악에 잠겨 잠시 새로운 세계에 빠져든다. 아련해질 때 쯤, 강사님이 목 뒷덜미에 아로마 오일을 발라 위로하듯 마음을 쓰다듬는다. 바다 위라는 낯설고 자유로운 환경과 일상에서 떨어진 오브제를 얻으려는 사람들 그리고 리드하는 강사들의 매력이 어울려 정말 좋은 기억을 남겼다.
집에 돌아 와서,
바로 다음 주에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다시 한번 SUP요가를 하기로 결심했다. 한번의 체험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또 다른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좀 더 일찍 이런 프로그램을 알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크레이지 서퍼스 샵에는 고릴라 브루잉에서 맥주 1+1이라는 쿠폰도 준비해 두었다. 사실, 부산에 오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부산은 수제맥주의 성지다. 3개월 동안 부산의 수제맥주에 푹 빠져 있는 나에게는, 그냥 쿠폰이 아니라 엄청난 선물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예쁜 글씨로 인쇄한 광안리 맛집 리스트는 레알 정보다. 그 중 하나를 골라 맛있게 먹은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맛집 리스트에서 하나를 골라 즐긴 후에는,
금련산과 황령산 정상에 올라 야경을 즐기는 것도 SUP광안리를 체험한 후 얻는 큰 덤이다. 나는 누가 오든, 부산에 오면 꼭 해야 할 강추 아이템은 단연코 광안리 바다라고 말하겠다. 체험할 것과 먹을 것과 눈으로 즐길 것이 즐비하다. 그저 카페에 앉아서 광안대교와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되고, 둘에게는 사랑이 커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SUP요가를 하고 나면 마음이 두 배로 커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